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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ir

비어


형님이 안계신 틈을 타서 점심에 막걸리 한잔씩 먹기로 했는데 그 이상한 순대집에선 막걸리가 없단다. 막걸리 없는 순대집... 앙금없는 찐빵인가 아니면 간첩인가. 그 짜릿한 즐거움과 희망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순간에 무너트린 그 망할 순대집은 열번은 망해도 모자람이 있다.

머릿속에 둥둥 떠있던 술동이, 오후내내 괴롭힌다.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던 기회였는데...굳은 결심, 콩밭으로 이미 떠나버린 마음은 해가 지고 일이 끝날때 까지의 몇 시간을 고무줄 처럼 쭉 늘려버린다.

너무 오랫만인지  달아서 술이 아닌것 같기도 하고 혹시 설탕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알콜이 혈관 깊숙히 돌면서 흥분을 시키고 신경을 마비시키면 어디에서 생겨났는지 알 수 없는 용기도 생기고 그렇게 나를 못살게 굴었던 생각이란 것도, 어깨를 짓누르던 뻐근함도 없어 진다. 그래서 사람들을 술을 마시나...

'안녕! 잘가거라 번뇌같은 생각들... 피곤함 그리고 스트레스도...., 내일은 오지마, 이제 우리 그만 만나'. 내일이면 또 만날것을  뻔히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떠나보낸다. 그리곤 씨익 웃으면서 스토커 하나 없어졌다고 그냥 자기만족에 젖어 든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비어(蜚語)

                                                        김지하

소같이 일 잘하고

쥐같이 겁이 많고

양같이 온순하여

법이 없어도 능히 살 위인인

안도는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다.

될 법한 데도 안 되고, 다 돼가다가도 안 되고,

될 듯 될 듯 감질만 내다가

결국은 안 되는 일이 반복되자

안도는 지치고 처지고 주리고 병들고 미쳐서

어느 노을진 저녁 두발을 땅에다 털퍼덕 딛고서

눈깔이 뒤집혀 "에잇 개 같은 세상!"이라고 내뱉는다

                       ..............

20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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