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김기사~
수많은 등산객이 기차에서 내려 버스에 타고
이내 만원이 되면 김기사는 지리산 성삼재를 향해서 출발합니다. 버스가 어둠을 둟고 가파른 도로를 따라 지리산의 품속을 파고들면
설레임을 넘어서 일종의 전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과적된 버스가 롤러코스트 같은 비탈길을 오르면 누구라도 전율이상의 공포감을
느낄겁니다. 아찔한 그 고갯길을 무사히 올라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심정입니다. 그런데 매번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걸 보면
중독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른 새벽에 노고단에 올라가 해오름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아주 제한적일 것입니다. 그래서 매번
새벽에 노고단에 가는 버스를 타고 산에 오르면, 반야봉에 올랐다가 뱀사골로 내려오면 하루산행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뜨기 전 어둠속을 명상하듯
산행을 하면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특히 보름달이 뜨면 달숨을 쉬며 숲의 정기에 흠뻑 취해 몸과 마음이 충만해
집니다. 그리고 촉촉한 구름알갱이와 신선한 숲속의 공기를 들이키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면 혹시 숲속의
정령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언전가 부터 광복절을 전후에 휴가를 얻어
지리산을 종주했는데, 아마 광복절에 지리산에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광복절을 기념하는 산행이야 뭐라 할순
없지만 등뒤에 태극기를 꼿고 떼거리 산행을 하거나 산악 마라톤을 하는 걸 보면 광복절 전야의 폭주족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집단주의에 젓은 사람들의 섬뜩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산행이라는게 자연을 느끼고 풍경을 감상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인 목표주의에 휩여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는커녕 몸을 혹사시키는 걸 보면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그 산행이
즐겁건, 고통스럽건, 변태스럽건 삶에 즐거운 추억이 됩니다.
지리산에서 해오름을 보거나 산위에서 바다같이
깔린 구름을 보게 되면 그 광경을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해는 늘 뜨지만, 지리산에서 뜨는 해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이 자연의
일부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깨닳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해가뜨면서 숲은 더욱 짙은 녹색으로 변하면 광합성을 하고 신선한 산소를
내뿜기 시작합니다. 광합성을 해서 생긴 포도당이나 탄수화물과 산소는 다른 동식물이나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행은 가장 기본적인 감각을 깨워주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이라 겸손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상쾌한 아침바람을 느끼며 서서히 어둠이 걷히는 숲길을 한 두시간 정도 걷자 이젠 사람도 점점 드물어지고 명상에 잠길 듯한데 뒤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옵니다.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지금 나는 빈 들판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당신 생각합니다 저 들판을 가득 채운 당신
이게 진정 사랑이라면 당신은 내 사랑입니다
백 날 천 날이 아니래도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반야봉은 지리산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봉우리입니다. 지혜 또는 열반을
의미하는데 지리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포근한 것 같습니다. 보통 종주하는 사람들은 반야봉을 지나치는데, 반야봉은 지리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을 제공합니다. 산과 물을 좋아 하니까 仁者樂山 知者樂水의 仁德을 겸비했다고는 할 순 없지만 반야봉에 오르면
체력으로 종주를 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은 없어집니다. 반야봉에 오르면서 불필요한 체력은 소비하고 기본 체력과 정신력으로 종주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 체력과의 싸움은 끝나고 비로서 지리산의 경치와 진면목을 느끼게 됩니다. 힘들면 쉬고 지치면 쉬고, 풍경이
좋으면 쉬고, 그냥 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력적 부담을 받으면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데
아드레날린의 분비는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을 줄여서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조절하거나 그보다 강력한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데 저는 후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도파민은 오히려 심장박동을 고르게 하고 뇌를 자극하여 행복감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즐거운
산행을 하게 됩니다. 반야봉을 오르면서 얻은 지혜입니다. 이 때문에 아마 산행에 걷는데 중독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의 수도승을 보면 고행을 수행함으로서 지극히 평화로운 열반에 이르고 행복을 느낀다는 생각을 하는데, 아마 이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래서 가급적 여분의 체력을 소모시키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더 깊은 사색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 그러면 지리산의 능선만 봐도
지리산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지리산의 구상나무, 떡갈나무, 원추리, 오이풀, 쑥부쟁이 등의 식물과 멧돼지, 다람쥐,
산새, 곰 등의 동물과 만나게 된다면 살아있는 것은 모두 행복하고 자연은 위대하다는 겸손함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집착에 얽매여 우리는 산속에 있는 돌이나 들플의 가치가 우리가 신고 있는 등산화의 가치보다 하찮다고 착각합니다. 그러한 집착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색을 방해합니다. 결국 집착에 대한 노예로 만드는데 이런것들이 살아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파괴합니다.
어떤분이 여행자가 매고 있는 배낭의 무게가 집착의 무게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집착이 너무 꺼서 여행을 떠나지도 못하고, 어떤
여행자는 집착 때문에 사색하지도 못 하는데 제 배낭의 무게가 상당합니다. 원래 하산하고 지리산 둘레길을 갈려고 했는데 하나의
집착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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